백수: 만화방 달력에 빨간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날짜가 있는 걸 보았다. 무슨 날일까? 아마 한달에 한번정도 그 삭막한 아저씨가 오는 그날인가보다. 무슨날인가 .......? (음흉한 웃음) 조심해야겠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긴 해도 그녀의 성격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스통같은걸 안다. 그날 잘못걸리면 뭔가 날라올것 같은 으시함이 들었다. 만화방아가씨: 며칠있으면 내 생일이다. 이젠 내생일날을 축하해줄 사람도 별루 없다. 슬프다. 달력에다 동그라미를 쳐놓고 나를 달래보았다. 혹 그백수가 이표를 보고 내생일인걸 생각할수 있을까? 괜한 기대는 하지말자. 그녀석은 인간의 탈을 쓴 바보다. 저길봐바. 가스통에 맞은것처럼 으시시대잖아.. 백수: 그녀를 보러 만화방으로 갔다. 오늘은 이름과 나이를 꼭 알아야 겠다. 에. 아줌마 ,,, 아줌마 노처녀 맞죠? 얼떨결에 이렇게 말해버렸다. 만화방아가씨: 이 백수녀석이 아줌마도 모자라서 이제는 노처녀라고 놀린다. 열받아서 25살도 노처녀야? 라고 따졌다. 백수: 25살? 생각보다 훨씬 어리네.. 그럼 나하고 3살차이니까..음.. 딱 좋네.. 이렇게 생각하니 그녀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인다. 만화방아가씨: 그녀석이 내가 만으로 25살인걸 눈치챈것 같은 요상한 표정을 짓고 있다. 27살이라고 말해버릴까..저녀석 나이가 궁금했다. 그래서 그쪽은 몇살먹은 백순데요? 라고 말했다. 백수 : 역시 그때 내가 백수라고 한걸 들었구나.. 28살이나 되어가지고 백수라 그럴까봐. 만화방아가씨;연하도 괜찮을까..?...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저녀석이 나하고 무슨상관이라고..다음에 기회 봐서 말을 놓아야 겠다. 백수: 만화방에 오늘은 좀 늦게 갔다. 안에는 그때 삭막하게 생긴 아저씨가 있었다. 그래서 만화책만 뒤적이다 그냥 집으로 갔다. 가다가 생각하니 오늘이 그날이다. 조심해야겠다. 그러고보니 내가 지금껏 그녀를 좋아만 했지 뭐하나 준게 없다. 편지도 한번 안보냈으니..호주머니에는 만원짜리하나가 있다. 뭘사가지고 갈까..? 아무래도 먹는게 남는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렸다. 순대 족발 통닭 닭똥집.....비암..아무리 떠올려도 그녀가 좋아할만한게 없다. 근처에 제과점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저기 가면 뭔가 살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케익을 샀다. 졸라 비쌌다. 만원으론 그기있는 것중에 제일 작은 거 밖에 살수가 없었다. 그래도 포장을 해놓으니 순대나 족발 싸놓은거 보다는 있어보인다. 아직 그녀가 돌아오지 않았나보다. 아저씨가 꾸벅꾸벅 졸구 있다. 저자린 아마 졸리게 만드는 무슨 마법이 걸려있는거 같다. 그 아저씨한테 이물건을 주며 어떤 멋있는 단골이 줬다라고만 말하라고 했다. 나도 의심이 갔다. 그래서 한마디 더했다.“이거 먹지 마요.." 그 아저씨가 왠지 그녈 안주고 먹어버릴것 같은 불안감이 자꾸 들었다. 만화방아가씨: 오늘 내 생일이다. 아빠 엄마한테서 연락온거 말고는 아무도 내 생일을 기억하며 전화해준 사람이 없다. 초라한 느낌이 들었다. 오후에 친구를 만나 술이나 한잔하구 자축해야겠다. 그러던차에 삼촌이 오셨다. 오늘 내생일이신걸 아셨나부다. 내가 만화방 봐줄테니 오늘 하루라도 맘껏 놀다 오라 그러신다. 겉모습과 달리 마음이 참 상냥하신 울 삼촌이시다. 누굴까..? 혹시 그백술까..? 좀덜떨어지는 놈이라니.. 그런거 같다. 근데 그에겐 그럴만한 센스가 있을거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날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 나 오래 못살거 같다. 내 미모는 아무리 감출려고 해도 안되나 보다. 흑흑.. 미인박명 그녀석이 주었을까... 감히 백수연하주제에.. 근데 나 이거 그가 선물한 것이면 좋겠다. 백수 : 그 케익은 잘먹었을까..?약간이나마 기대를 했던 내자신이 한심스럽다. 들어올때 날 쳐다보지도 않고 만화책 몇권을 뽑아와가지고.. 경색된 얼굴로 이거 빌려가겠습니다. 라고 그랬다. 만화방아가씨 : 난 또... 좀 아쉽다. 그러고보니 오늘 처음 빌려가는거 같다. 이녀석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 절호의 찬스다. 나보다 한살 어린걸 알고 있는터라 .. 버릇처럼 반말이 나왔다. “이름이 뭐야..? 주소하구 전화번호불러봐요.." 백수 ;뭐야".. 지금 나한테 반말을 한건가?. 한살정도 많은놈 한텐 자연스레 반말이 나온다..? 옛날에 잘나갔던 여자같다. 그래도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맘은 변함이 없다. 만화방아가씨: 이름이 배준용이구 전화번호가.. 758-**** 흠.. 심심하면 장난전화나 걸어봐야 겠다. 백수: 우쒸.. 내 이름만 가르쳐주고, 그녀이름을 못물어봤다. 만화책 안갖다 주면 울집에 전화가 오겠지.. 그때 기회를 잡자.. 만화방아가씨;만화방안에 손님은 많은데 그녀석이 없으니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근데 그녀석 전화받는 태도는 고쳐야겠다. 나보고 사오정 귀파는 소리하지말고 썩 꺼져라고 그랬다. 나쁜놈.. 백수: 만화책을 사흘동안이나 안갖다주었는데도 그녀한테서 전화가 없다. 요 며칠동안 어떤 이상한년이 자꾸 장난전화를 했다. 동물원이냐? 사자한테 밥은 줬냐..? 심지어 아우웅 아우웅 별 개같은 소리까지 내었다. 그렇지만 난 좋은말로 타일러 이런짓 하지 말라고 했다.몹시 보고싶다. 백수: 그녀가 오늘도 전화가 안올것 같다. 그래서 아침일찍 만화책을 들고 만화방으로 향했다. 설렌다. 오랜만에 그녀의 모습을 본다는 기대에 만화책을 들고 하늘을 날듯이 뛰어갔다. 만화방아가씨: 오늘도 그녀석이 안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화장을 하고 아침일찍 그녀석 집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할려고 하던차에 그가 숨을 헐떡거리며 만화방으로 들이닥쳤다. 백수: 백수는 뭘 들고 함부로 뛰어서는 안된다는 걸 새삼 느꼈다. 만화방 들오기도 전에 탈진해 죽는줄 알았다. 만화방안에 손님이 아무도 없다. 화장을 하고 그녀가 어디에 전화를 하고 있다. 그새 딴놈하고 선본게 아닌가 싶다. 찌리릭 쳐다봤다. 만화방아가씨: 숨을 헐떡거리며 못마땅한 듯 날 쳐다본다. 아무래도 내가 장난전화한걸 이녀석이 눈치챈거 같다. 그런거 같다고 생각하니 난줄 알면서도 그딴 소릴 나한테 했단말이야.?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그래 내가 사오정이다." 라고 말했다. 백수: 갑자기 왠 사오정..? 그녀 이름이 오정이었나..? 내가 그녀 이름을 궁금해 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혹시 그녀도 나한테 관심이 있나? 근데 이름이 너무 이상하다.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이름이 오정이었어요.? 여기 만화책 가져왔는데요.. 이름이 참 이쁘군요. 성도 특이하고.." 라고 내딴에는 엄청 길게 또박또박 말했다. 나도 할수있다. 아자! 만화방아가씨: 뭐야 이녀석 누가 오정이라고.. 내가 장난전화한거 모르는건가..? 그렇다고 내이름을 사오정이라고 믿어버리다니. 확실히 덜 떨어진 놈임에 틀림없다. 할수없다. 저녀석 성격에 아줌마. 노처녀.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오정이라고 날 부를게 틀림없다. 성까지 붙여서 말이다. 그래서 “제 이름은 지윤이에요. 권지윤. 누가 오정이라고 그랬어요.?.... 하여간 준용씨 연체료 물어야 겠네요.."말했다. 백수: 야 단골한테 이럴수 있나.? 하루 늦은걸루 연채료라니..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왜 난 그녀한테 그런말 할 용기가 없으니까... 연채료 내고 나니 만화책 볼 돈이 없다. 할수 없이 그냥 집으로 왔다. 그녀 이름이권지윤이랜다. 권지윤. 햐 이름한번 이쁘다. 그리구 그녀가 오늘 내이름을 불러주었다. 내 마음은 그녀가 그려져 있는 아침하늘을 날고 있었다. 만화방아가씨: 괜히 연체료를 물었나..? 바보같은 자식 그렇다고 삐져서 집에 가버리다니. 한살이라도 많은 내가 참자. 백수 : 만화방을 가다가 아직도 붙어 있는 그때 그 영화포스터를 보았다. 순간 이 영화를 그녀와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이번주가 이영화 마지막 상영인거 같다. 그녀가 나와 이영화를 봐줄것 같은 느낌은 별루 안들었지만 바로 티켓을 예매하러 극장으로 달려갔다. 그녀와 영화를 같이 본다는 상상은 너무나 황홀하다. 만화방아가씨 : 만화방바닥을 쓴 먼지를 밖으로 버리다가 멀리서 달려오는 그 백수녀석을 보았다. 어찌보면 귀엽다. 내가 밖에 나와있으면 이녀석이 자길 기다린줄 알겠다.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안있어 그가 들이닥치리라. 숨을 헐떡이며.. 한참이 지났는데도 그녀석이 안들어온다. 왜 안들어 오는 걸까..? 먼지도 없는 쓰레받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백수 : 드디어 영화표를 샀다. 내일 아침일찍 만화방가서 멋있게 보러가자고 말해야 겠다. 만화방아가씨 : 이녀석이 어디간걸까..? 그녀석이 하루종일 나타나지 않았다. 백수 : 늦잠을 잤다. 만화방에 가니 사람들이 많다. 전번에 본 노란추리닝 그녀석도 있다. 피시에스 안테나로 콧구멍을 후비고 있다. 이빨도 엄청 누른거 같다. 하여간 이렇게 사람많은 데서 그녀에게 말할 용기가 없다. 그녀와 오늘따라 눈이 자주 마주쳤다. 내일은 진짜로 일찍와서 말해야겠다. 만화방아가씨 : 저 백수녀석이 날 좋아는 하는 거 같은데... 내 생각인가..? 그 녀석과 눈이 자주 마주친다. 지금 그 녀석이 날 보고 무얼 생각할까. 궁금하다. 그 녀석 너무 말이 없다. 추리닝 (또 한번 특별출연):옆에 있는 백수같은 게 자꾸 쳐다본다. 아마 피시에스 없는 녀석같다. 이 피시에스에 눈독들이는 게 틀림없다. 그래서 이건 절대 안된다고 씩 웃어보여 줬다. 백수 : 아침일찍 왔더니 손님이 아무도 없다. 잘됐다. 꼭 말해야지. 근데 막상 영화표를 꺼내니 그녀에게 말할 용기가 없다. 그녀가 날 껌벅껌벅 쳐다본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 녀석이 오랜만에 아침일찍 문열자마자 왔다. 날 쳐다보는 것이 무슨 할말이 있는거 같다. 혹시나 싶어 그때 케익 혹시 자기가 준거냐고 물어봤다. 백수 : 말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그녀가 "저기요 혹시 케익 그쪽이 준 거에요?" 라고 물어봤다. 엥 그럼 지금까지 내가 준 건지도 몰랐단 말이.? "예? 아.. 예"라고만 말했다. 만화방아가씨 : 햐.. 저녀석이 준 거가 맞구나.. 전혀 그런 센스가 없는 거 같이 보이는 녀석인데.. 놀라웠다. 그리고 그 답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백수 : 그녀가 말붙인게 용기가 됐을까..? 그래서 영화표를 꺼내며 "영화표가 있는데요.. 거시기요.. 요번 주말에 시간이 되시면.. 같이 보러 안갈래요..? 제가요.. 뭐랄까. 그래도 단골이잖아요.." 만화방아가씨 : 훗 그녀석이 영화를 보러 가잰다. 영화표를 보니 내가 그때 자기랑 보러 갈려고 했던 그영화다.그리고나서도 또 한번 더 본 영화다. 아마 집에 뒷북이 있는거 같다. 그리고 심심할 때마다 치는거 같다. 그냥 자꾸 웃음이 나왔다. 백수 : 왜 자꾸 웃는거야..? 보기 싫으면 안본다고 말하면 되지. 사람 쪽팔리게 말이다. 다시 용기를 내어 "만화방 때문에 그러시다면 제가 대신 봐드릴수도 있는데.. 같이보러 안가실래요?"라고 말했다. 나지금 떨고있냐.. 만화방아가씨 : ??? 녀석이 지금 상당히 정신상태가 불안하다. 만화방 준용씨가 봐주면 이영환 저 혼자 보러갈까요..? 백수 : 이 여자 예리한 여자다. 내가 말 실수한걸 눈치채다니.. 아이씨 보러 갈건지 안갈건지 빨리 대답이나 해주면 좋겠다. 숨이 막힌다. 만화방아가씨 : 보러갈까? 말까? 이녀석 가지고 노는게 재밌다. 어린것이..귀엽기도 하다. "아직 주말에 무슨 일이 생길지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아무리 단골이래도 그렇지.. 다큰 처녀가 아무나 하고 영화를 보러가요.?" 그녀석의 얼굴이 불그락거린다. 아휴 재밌다. 백수 : 역시 그녀가 나하고 영화보러가기 싫어하는구나. 짤없이 거절인가 부다. 내일부터 쪽팔려서 어떻게 만화방 나오나. 괜히 영화보러 가자구 그랬나 보다. 에그 바보야. 그냥 만화책이나 보며 그녀 얼굴이나 쳐다보는 건데..흑흑. 만화방아가씨 : "준용씨 이티켓 나 줘요. 제가 가지고 있다가 주말에 시간을 낼수 있다 싶으면 전화를 할께요. 여기 그때 적어준 전화번 맞죠? 그리구 가게 되면 딸랑 영화만 보는거 아니겠죠? 전 스테이크를 참 좋아해요.." 백수 : 야 이거 거절한거 아니지.. "아 예.. 스테키..그 뭐시라고요.. 울아부지 지갑을 삥쳐서라도 그거 사드릴께요..하하. 그럼 안녕히 꼭 전화주세요. 勞常?. 윽 기쁜나머지 정신없이 나오다 달려오던 꼬마 자전거와 부딪혀 걸려 넘어졌다. 지나가던 어떤 여자가 걱정스러운지 깔깔 웃는다. 괜찮다고 꼬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프다. 그래도 이게 대수냐..?하하 만화방아가씨 : 이제 이 영화 대사까지 다 외우게 생겼네.. 이번 주말은 문닫고 미장원이나 다녀와야 겠다. 그녀석 나가고 나서 뻑소리가 났다. 뭔소린가 싶어 나가보았다. 어떤 꼬마가 자전거를 끌며 "개자식 쪽팔려 죽겄다." 그러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석은 저기 멀리 날듯이 뛰어가고있다. 귀엽다. 백수 : 이틀동안 전화기를 부여잡고 그녀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아부지가 저녀석이 취직못하더니 드디어 실성했구나 하며 혀를 차신다. 아직 동정의 눈빛이 남아 있는걸루 봐서 내가 아버지 비상금 훔쳐낸 걸 모르시나 부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녀석이 만화방을 이틀동안 안나왔다. 좀 이야기 오래했다 싶으면 그다음날은 꼭 안나오는 거 같다. 내일은 전화를 해야겠다. 주말이 자꾸 기다려지는건... 백수 : 아침부터 밥도 제대로 못먹고 전화기 근처만 배회하고 있다. 자꾸 아부지 엄마만 찾는 전화다. 그런 사람 안산다고 했다. 드디어 저녁에 왠지 그녀 음성같지 않는 사람이 날 찾았다. 그래서 내가 그사람인디요. 라고 대답했더니.. 저 지윤인데요. 저 아시죠 그랬다. 앗! 그녀다. 근데 전화받는 목소리가 왠지 그녀 목소리같지 않다. 예전에 나한테 장난전화한 그 여자 목소리 같다. 어쨌든 제발 다음말은 내일 시간이 되니 보러가자고 그랬음 좋겠다... 그런데 ..시간이 도저히 안나겠다고 그런다. 흑 매정한 사람 그 소릴 듣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괴로움에 괴성을 질렀다. 아버지 어머니가 달려왔다. 좀 무안해서 아무것도 아니라 그랬는데 엄마가 내일 병원에 같이 가잰다. 아! 죽고 싶다. 만화방아가씨 : 드디어 약간은 설레는 맘으로 전화를 했다. 이녀석이 시큰둥하게 받더니 내가 말을 끝마치기 전에 끊어 버린다. 뭐 이런기 다있노.. 내일 시간이 도저히 안나겠... 딸깍. 하지만 특별히 아주 단골이라 시간을 내 보겠다 라고 그럴려 했는데.. 우쒸 다시 전화를 했다. 무슨 개울음소릴 내더니 감사합니다만 연발했다. 내일 극장 앞에서 보기로 했다. 흠 자꾸 거울에 눈이 가는 건 왜일까? 백수 : 그녀가 다시 전화왔다. 갑자기 전화 왜 끊었냐고 뭐라 그런다. 순간 정신이 들어 한자한자 똑똑히 들었다. "내일 극장앞에서 봐요." 오옴음..(감격의 울음을 애써 참는 소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야호 야.. 엄마가 달려오시더니 당장 병원가잰다. 그소리가 내 귀에 들어올리 없다. 내일 아침 일찍 목욕탕엘 가야지. 내일 입고갈 속옷에서부터 양말까지 머리맡에 챙겨두고 그녀가 내꿈에 나타나길 바라며 잠자리에 들었다. 백수 : 새벽에 해뜨자마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산뜻하게 개인 아침하늘 아래 그 영롱함은 내 마음을 더욱 들뜨게 했다. 그녀에게 잘보이기 위해 난 목욕탕으로 간다. 지나는 사람사람이 모두 사랑스럽다. 만화방 아가씨 : 오늘은 다른날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지금 만화방을 열자니 너무 이르다. 그래 오늘은 아예 문열지 말자. 몸도 나른한데 목욕이나 가야겠다. 백수 : 목욕탕 안 모든 사람이 발가벗고 있다. 그래,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 벗겨놓으면 이렇게 다 똑같은 사람인걸.. 괜한 용기가 생긴다. 열심히 삽시다, 여러분...! 괜히 소리질렀나..? 저기 어떤꼬마가 "아빠 저 아찌 백순가 봐.." 그랬다. 그래도 사랑으로 들뜬 내기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 꼬마녀석이 오히려 귀얍다. 만화방아가씨 : 목욕을 하러 가는데 남탕쪽에서 백수 그녀석이 나왔다. 얼른 근처 전봇대뒤로 숨었다. 다행히 그녀석이 반대방향으로 갔다. 후후 저녀석 자기가 깨죄죄하다는 걸 이제사 느꼈나 보다. 목욕을 하는데 그녀석 생각이 나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걸 보시던 어떤 할머니가 "새댁 남편이 잘해주는가 보구려.. 좋을 때지.."그런다. 우쒸 할머니까지 날 아줌마로 보다니.. 괜히 웃었다가 할머니 등만 밀어 주었다. 백수 : 그녀가 극장앞 영화 시작하기 한시간 전에 만나자고 그랬었다. 그런데 그런데.. 4회표인지는 알겠는데 몇신지 모르겠다. 그녀가 표를 가지고 있으니... 에라 모르겠다. 뭐 좀 일찍이 서두르자. 힘겹게 잡은 약속인데 늦을수야 없지.. 만화방아가씨 : 오전엔 만화방을 청소했다. 그리고 오후에 시간이 많이 남았다싶어 미장원을 갔다. 머리 손질도 좀하고 코팅도 좀 해야겠다. 기분좋은 토요일.. 여유로움 속에 나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시간을 재촉하고 있다. 백수 : 영화관 앞 사람들이 많다. 이영환 종영이 이번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들뜬 기분일까..? 극장앞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왔다. 졸라큰배 3회입장객들 입장해주세요... 에게 이제 3회 시작하는가 벼.. 할 수 없이 근처 앉을 곳을 찾았다. 영화관 구석진 곳에 앉기 좋은 곳을 찾아가 앉았다. 그녀가 조금 있으면 올텐데.. 이거쯤 못기다리랴.. 근데 시간이 넘 안간다. 그녀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에....생각하니 별루 없다. 긴장되던 맘도 시간의 여유로움 때문이었을까..? 슬 잠이온다. 만화방아가씨 : 미장원에 손님이 꽤 있다. 내 차례를 기다렸다. 좀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 내차례가 되어 머리손질을 받고 코팅젤을 발랐는데... 이게 왜이리 안마를까...점점 약속시간이 다가온다. 내 마음이 자꾸 조급해졌다. 집에 와 나갈 준비를 하고 문을 나서며 시계를 보니 벌써 약속시간이 지났다. 그래도 그나마 영화 시작 전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그녀석 속이 엄청 좁은걸 안다. 도착해서 뭔소리 들을거 같다. 이그 화상아 조금 일찍 서두르지.. 백수 : 그녀가 저기 멀리서 달려온다. 그리고 내품에 안긴다. 그녀의 맑은 눈에 내모습이 잠겨 있다. 이리와 지윤..!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아이 바보.. 움~ (입내미는 소리)" 근데.... 갑자기 누군가 나를 쳤다. 라거파는 놈이면 주겨버릴껴.. 그래서 엄청 짜증을 내며 쳐다보았다. 만화방아가씨 : 다행히 영화시작 전에는 도착했다. 그렇지만 약속한 시각에는 한 한시간 가량 늦었다. 그가 뭐라 그럴지 모르겠다. 그녀석을 찾았는데 없다. 이 속좁은 녀석이 그냥 가버린거 아녀..? 근데 저기 어디서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킥킥 웃는다. 그래서 가보았다. 그녀석이 이상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낀 채 앉아 피사탑처럼 자구 있다. 쪽이 팔림이 느껴져 온다. 그래도 한편으론 그녀석이 마니 귀여워 보였다. 살며시 다가가 그를 깨웠다. 그리고 늦어서 미안하다고 그럴려구 했는데 우쒸 그러며 짜증을 냈다. 아마도 내가 늦은 게 짜증이 났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