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 그렇게 꿀려고 노력을 해도 나타나주지 않던 지윤씨가 꿈에 나타났는데.. 그것도 결정적인 순간에 누가 날깨우는겨..? 고개를 들었다. 눈이 확 뜨였다. 지윤씨가 내 눈 앞에 있는 것이 아닌가..? 오늘따라 더욱 더 화사하고 이쁘다. 근데 그녀가 왜 내눈앞에 있는거지? 주위도 너무 낯설다.. "지윤씨.. 여기 웬일이에요..?" 만화방아가씨 : 여기 웬일이에요? 한시간 늦은 걸루 몹시도 심하게 삐졌나 부다. 진짜 상당히 속이 좁은 놈이다. 그래도 내가 잘못한 거니 할 수 없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그래야겠다. 백수 : 아..맞다. 그녀와 영화보기로 했지. 그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깊이 잠들었었나부다. 지금이 몇시여..? 시계를 봤다. 맙소사 내가 세시간이나 잤단 말여..? 그녀를 보니 어이 없다는 표정이다. 날 많이 찾아 헤맨거 같다. 좀 찾기쉬운데 앉아 있을걸.. 이걸 어쩌나..? 빨리 사과를 해야겠다. 만화방아가씨 : 이제는 시계까지 쳐다본다. 니가 도대체 얼마나 늦은건지 알어? 그렇게 묻고 있는거 같다. 저런 녀석한테 잘보일려고 내가 미장원까지 가서 그 고생을 한걸까..? 짜증이 날려고 한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이 목젖까지 나오다 말았다. 근데.. 그녀석이 대뜸 조금은 더듬거리면서 여기 졸구 있는 나 찾느라고 많이 헤매지 않았냐며 미안해 한다. 그리고 그냥 가버리지 않고 찾아 주어서 고맙다고 까지 한다. 나참... 바보라고 해야하나. 착하다고 해야하나.. 백수 : 이거 첫만남인데.. 왜이러냐 화상아.. 처음부터 이런 백수이미지를 줘버리다니..싹싹 빌며 사과를 했다. 다행히 그녀가 화가 풀린거 같다. 그녀가 씨익 미소를 지어보여 주었다. 휴... 그녀는 생각한것처럼 성격이 가스통인거 같지는 않다. 그냥 가버리지 않고 날 끝까지 찾다니.. 다행히 영화시작 전에 찾았구나. 다시 한번 그녀가 사랑스럽다. 만화방아가씨 : 조금 황당하다. 그녀석이 먼저 사과를 하다니... 혹시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닌가 싶기도하다. 그녀석 머쩍해 하는 얼굴을 보니 너무 순진해 보인다. 일부러 그러는 거는 아닌듯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녀석이 왠지 사랑스러워 보였다. 웃음두 나구... 계속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길래.. 괜찮으니까. 앞으로 그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자구 그랬다. 좀 맘이 찔린다. 백수 : 얼굴만 이쁜게 아니라 맘씨도 착하구나.. 하하. 그녀가 날위해 팝콘하구 음료수도 사왔다. 음 너무 황홀하다. 만화방아가씨 : 뻔히 다음 장면이 뭐 나올지 아는 이 영화가 기대되는 건 이녀석이 지금 내옆에 앉아 있기 때문일까..? 녀석이 팝콘을 혼자서만 먹고 있다. 광고보면서 저렇게 껄껄거리다니.. 결국 영화예고편도 시작하기 전에 그 많은 팝콘 다먹어치웠다. 분위기 없는놈... 영화같은데 보면 팝콘먹다가 손이 겹치는 애틋한 장면도 연출되는데.. 먹어보라 소리도 한마디 안했다. 독한놈. 이럴줄 알았으면 두개를 사는 건데 그랬다. 백수 : 그녀가 지금 내옆에 앉아있다. 뭔말을 하고 싶은데 할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괜히 팝콘만 주섬주섬 주워먹었다. 이거 디게 맛없네.. 이런 걸 이천원이나 받아쳐먹는단 말여.. 사람들이 광고를 보고 웃는다. 머쩍어서 따라 웃었다. 만화방아가씨 : 이다음 장면이 찡한 장면인데 그녀석 표정은 과연 어떨까..? 가만히 그를 쳐다봤다. 하하. 사내자식이 징징짤려고 한다. 씩 그녀석이 나를 쳐다봤다. 이런 장면에서 내가 웃으니까 이상하다는듯 갸우뚱거린다. 좀 머쓱하구먼.. 백수 : 너무 찡하다. 눈물이 날려고 한다. 흠흑.. 그녀도 지금 눈물이 나려할까..? 한번 쳐다봤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쿡쿡거리다가 흠칫 놀라 스크린으로 눈을 돌렸다. 내가 징징거린게 저 찡한 장면을 완전히 압도해 웃겼나보다. 쪽팔려라.. 사내는 우는게 아닌가 보다. 만화방아가씨 : 이녀석 그때도 느꼈지만 여린 면이 많은거 같다. 내가 눈시울지었던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징징거릴려고 했다. 나올 때 손수건을 말없이 건냈다. 근데 눈물 닦으라고 준건데.. 이녀석이 자기 뒷주머니에다 넣어버린다. 체면에 달라고 할 수도 없고.. 비싼 건데.. 하지만 별로 아깝지는 않다 백수 : 그녀가 이쁜 손수건을 나에게 주었다. 무슨 의미일까..? 비싸 보인다. 고히 간직하겠다고 속으로 말하고 주머니에 넣었다. 다음에 더 좋은 걸루 사다가 선물해야겠다. 만화방아가씨 : 영화가 끝났다. 그녀석이 스테이크 먹으러 가잰다. 돈도 없는게.. 영화가 생각보다 길었다. 시간도 10시가 거의 다되어 간다. 이시간에 무슨 스테이크하는 데가 있다고... 근처에 그럴싸한 찻집이 있다. 다음에 스테이크 사라고 그러고 정아쉽다면 차나 한잔하자고 했다. 백수 : 그녀 스테이크 사줄려고 아버지가 숨겨논 10만원 꽁친 거 그냥 갖다넣어두게 생겼다. 차나 한잔 하자구 그랬다. 흠 그것두 좋지. 영화끝나자마자 집에 간다고 그럴까 봐 가슴 졸였는데.. 조용한 찻집에서 그녀와의 대화. 드디어 그녀와 나와의 공유된 기억을 갖게 되는건가.. 만화방아가씨 : 찻집 안에서 별말 없이 너그러운 시간이 간다. 무슨 말을 할까..?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분위기는 좋은데 아직 그녀석과 나는 어색한가 보다. 만화방 올 때 잘해줄 걸 그랬나..? 백수 : 뭔말을 해야 하나.? 하지만 이렇게 그녀를 바라보는 것만도 너무 기분이 좋다. 주위에 연인들이 하나도 안부러운 건 그녀가 내 앞에 있기 때문이지. 조명등 하나하나가 그녀를 위해 빛나는 별빛같다. 자꾸 가슴이 떨려오는 것도 내 앞에 그녀가 날 위해 앉아있기 때문이지. 잔잔히 흐르는 음악 한음한음이 그녀를 위해 떨리는 내마음 조각 같다. 만화방아가씨 : 저 녀석이 왠지 분위기를 잡는거 같다. ... 그녀석 내가 자기보다 한살 많은 걸 알고 있을까..? 그래서 혹시 연상의 여인 좋아해 본 적 있냐고 물어보았다. 백수 : 왠 흥을 깨는 소리.. 난 연상에 대해서는 이성의 감정이 전혀 안든다고 딱 잘라 말했다. 솔직히 어릴쩍에는 옆집 누나를 좋아했었다. 하지만 그 시련이 너무 컸다. 그 뒤부터는 하루만 연상인 여자도 이상하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만화방아가씨 : 뭐야 이녀석 기껏 만나줬더니 연상은 안된다고...? 내가 자기보다 한살 많다는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일부터 만화방에 안나오게 되는건 아닐까? 백을 뒤져 다이어리를 집어 테이블위에다 놓았다. 백수 : 다이어리를 꺼내 놓는다. 무슨 의밀까.? 저속에 그녀의 일상이 기억되어 담겨있을까? 보구 싶다. 좀 봐도 돼냐고 물어볼까..? ..... 만화방아가씨 : 다이어리보고 침은 왜삼키냐..? 보여달라면 보여주께... 반응이 없다. 그래서 다이어리 안에 면허증 끼워놓은 곳을 펼치며 사진이 맘에 안드네.. 그녀석 들으라고 혼잣말을 했다. 백수 : 앗 그녀사진이다. 기회다. 면허증 최근에 땄냐고 물어봤다. 나는 딴지 오래되었다며 어떻게 바뀌었는지 한번 봐도 돼냐고 물어보았다. 만화방아가씨 : 역시 이녀석은 내 의도대로 잘 따라온단 말이야.. 보여줄 목적으로 펼친건데... "싫어요.." 백수 : 하기야 내가 무슨 애인이냐? 근데 싫다면서 면허증을 뽑아서 주는 건 무슨 의밀까..? 일종보통..! 사진 잘나왔네 뭐.. 이쁘기만 하다. 한참동안 그녀의 사진만 뚫어지게 보았다. 만화방아가씨 : 이녀석 반응이 신통찮다. 뭔가 기대되지 않는 말이 나올꺼 같다. 백수 : 주민등로번호가 칠이공.... 뭐야 진짜 한살 차이잖어..? 그래서 칠십이년생이면 27살이 아니냐고 물어봤다. 만화방아가씨 : 그거 눈치채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냐..? 실망한 눈빛이다. 만으로는 25살이에요..참 생일이 지났으니까 지금은 26살이네요.. 히히 아마 제가 연상인거 같죠..? 백수 : 연상..? 아까 그래서 연상 뭐라 그랬나..? 그게 무슨상관이냐 그녀는 단지 그녀일뿐이다. 나이가 무슨상관이랴.. 음 멋있는 말같군.. 한살차이라... 한살차이면 좋지.... 울아부지하구 울엄마두 한살 차인디.. 미소가 스민다. 내가 말 안하고 가만히 있자 그녀가 나한테도 면허증있냐고 물어봤다. 참내 그린카드다. 지갑을 뒤져 보여주었다. 한 오년전 사진이라 제법 핸섬한거 같다. 만화방아가씨 : 2종보통.. 93년 모월모일.. 쿠 오년전이랑 변한게 하나도 없네.. 칠일일이공일... 어머. 진짜 나보다 한살이 많네... 저 녀석 내가 생각하는거 보다 상당히 내 의도를 파악하고 있는 거 같다.. 백수 : 잠자리에 들었다. 과연 오늘 잠이 올까..? 지윤씨를 만화방에 데려다 주었을때.. 힘내세요 준용씨라고 내게 말해 줬다. 가슴이 찡했다. 오늘 영화에 나온 여주인공보다 훨 이쁘다. 우리 지윤씨가... 잘 자요 지윤씨 낼봐요~~ 만화방아가씨: 그녀석이 나보다 한살많다. 완전한 백순줄 알았는데 .. 보이는 것처럼 시간만 죽이는 녀석은 아닌가보다. 고민이 많았다. 흠.. 지금 그녀석을 생각하며 일기를 적구 있다. 그리고 내일이면 다시 그가 만화방으로 달려오겠지.. 만화방아가씨 : 그녀석하고 많이 가까워 졌다. 하루하루 그녀석이 나타나기만을 고대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아직 약간은 어색하지만 이제 제법 그가 나한테 말을 건다. 쥐포도 구워주고.. 만화책 정리도 해주며 만화방 일을 도와준다. 그리고 손님이 아무도 없을 때면 음악을 틀어놓고 같이 앉아 만화책도 봤다. 옆에서 킥킥거리는 녀석이 점점 사랑스러워진다. 백수면 어때, 같이 만화방하면 되지 이런 생각까지 든다, 이제는... 백수 :그녀하고 점점 거리가 가까워짐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그녀 앞에서 더듬거리던 말솜씨도 제법 멋있는 말도 할 줄 아는 화술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리고 손님이 없을 때면 그녀가 틀어놓은 음악을 들으며 같이 앉아 만화책을 보며 웃을수도 있게 되었다. 옆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 점점 내마음을 고백하고 싶다. 그치만 난 여전히 백수다.. 만화방아가씨 : 오늘 그가 다른 때보다 더 헐떡이며 만화방을 찾아왔다. 드디어 발령대기가 풀렸다면서..기쁜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창원으로 연수를 떠난다고 했다. 기숙사생활을 하며 단체생활과 그 회사의 기업정신등을 배운다고 했다. 작지만 월급도 받는다며 자랑을 했다. 하지만 잘못하면 바로 짤린대나.. 잘되었다. 부디 열심히 잘해서 자신감을 찾기 바란다며 기쁜표정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너무 아쉽다. 그가 일주일뒤부턴 만화방을 못나올 것이기에. 것두 100일씩이나... 그래도 그 백수딱지 그때쯤이면 말끔이 떼어 냈으면 좋겠다. 백수 : 오늘 회사다녀와서 아버지 어머니께 드디어 취직이 되었다고 했더니 부부가 얼싸안고 꺼이꺼이 우신다. 백수인 날 보는 부모님의 마음이 참 안스러워셨나 보다. 만화방으로 달려가서 이 사실을 그녀에게 알렸다. 그녀도 기쁜 모양이다. 하지만 난 일주일뒤 창원으로 떠난다. 100일동안 그녀를 못볼 걸 생각하니 취직되었다는 기쁨보다 아쉬움이 더 크게 밀려온다. 만화방아가씨 : 오늘 그가 만화방에 나오지 않았다. 그냥 말없이 창원으로 떠났나보다. 서운했다. 이미 나도 그에게 사랑의 감정이 생겼나 보다. 이 자식 취직됐다고 날 버리기만 해..훗 그녀석 잘해낼까... 백수 : 오늘은 가슴이 떨려 만화방에 가지 못하겠다. 그러나 내 마음은 지금 몹시도 아련한 그리움으로 장식되어 있다. 나는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 내가 없는 동안 누가 그녀한테 껄떡될까 봐 걱정이 된다. 그녀가 없는 그곳에서 과연 그리움을 참아내며 잘해낼 수 있을까.. 만화방아가씨 : 그가 떠난지 열흘만에 전화가 왔다. 사관이 졸라 재수없다고 그랬다. 빨간체육복을 생활복으로 줬다는데 쪽팔려 죽겠다 그런다. 하하 그 체육복 입은 그의 모습이 보고싶다. 전화는 자주 못할 것 같다고 그러면서 시간나는대로 편지를 보내겠다 한다. 만화방 앞에 편지통하나 설치해야 겠다. 백수 : 얼마나 비참한 백수 생활을 했던걸까..? 이방놈들 몰골은 꼭 북한에서 목숨걸고 귀순한 사람들 같다. 동병상련을 느끼고 잘해보자며 서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금방 친구가 됐다. 사관이 여간 깐깐한게 아니다. 빨간체육복 입혀서 아침마다 운동장을 돌게 한다. 숨은 안가픈데 쪽팔려 죽겄다. 만화방아가씨 : 멀리 떨어진 그가 오늘따라 그립다.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만화방에 그가 모습을 감춘지 이제 일개월째다. 가을날 떨어지는 한잎 낙엽이 그녀석 모습이 되어 바람에 흩어진다. 그녀석한테서 편지가 왔다. 귀여운데만 있는줄 알았는데.. 애틋한 글로 날 감미롭게 할 줄도 안다.. 자기방에 온통 애인 사진 붙여 놓은 놈들 때문에 서러버 죽겠다 라며 최근에 이쁘게 찍은 사진 있으면 보내달라고 했다. 뭐야 이놈.. 누가 자기 애인이라도 된다는 거야.. 오늘 난 그에게 답장을 쓰고 있다. 내일 아침 일찍 그에게 이 편지를 보내야 겠다. 오후에 찍은 내 사진을 고이 넣어서 말이다. 나는 그대가 곁에 없어도 그대가 항상 떠오른다. 그대가 그리움으로 내곁에 있기 때문이다. 백수 : 그녀한테서 편지가 왔다. 너무나 애틋하다. 이제 서럽지도 않다. 이 방 벽에 붙어 있는 모든 여자들보다 이 사진속의 그녀가 백배는 이쁘기 때문에... 오늘 그녀한테 전화를 했다. 이런저런 할 말이 많지만 시간이 너무 없다. 뒤에 있던 놈이 넌 애인일지 몰라도 난 마누라다 그러며 빨리 끊으라 그런다. 끝까지 이 전화기를 사수하리라. 그러나 오늘까지 전화못하면 마누라한테 맞아 죽는다라는 그녀석 말이 너무 실감나게 들려 그녀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만화방아가씨 : 그녀석한테서 전화가 왔다. 너무 반가웠다. 할말이 너무 많은데.. 뒤에 있는 사람이 자꾸 빨리 끊으라고 하나부다. 아쉽고 그리고 그녀석의 목소리가 사라진 지금 그의 모습이 그립다. 뒤에 어떤 녀석인지 내 손에 잡히면 주거.. 백수 : 그녀가 너무 그립다. 바깥 늦가을 공기는 이미 제삶을 다한 듯 싸늘이 식어있다. 아침에 빨간 체육복 입고 도는게 이제는 더 이상 쪽팔리지 않다. 스피커에서 그 성질 더러븐 놈이 지껄인다. 밥도 안주고 또 모이라고 한다. 꼬르륵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에그 배고파라. 어떤 간부가 나오더니 뭐라 그런다. 저놈이 뭐라 그러든 들을 힘도 없다. 근데 다들 함성을 지른다. 뭔 일일까.. 내 앞에서 날뛰는 한놈을 꺼집어 앉히고 물어 봤다. "회사가 돈이없대...그래서 연수기간을 이번주로 줄이고 정식 발령이 난대... 토요일이면 집에 갈 수 있다.." 야호..토요일이면 집에 간다. 그리운 아버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지윤씨가 먼저 떠오릅니다. 며칠뒤면 지윤씨를 보는구나...! 전화를 해야쥐.. 배고픈 것도 잊고 기숙사 방으로 달려가 전화카드를 찾았다. 그리고 전화를 하려고 가봤더니 벌써 줄이 길다. 새끼들 전화좀 빨리끊어라. 한놈 한놈 넘 오래한다. 꺼이 꺼이 우는 놈도 있다. 3개월 가까이 잡혀있었던 게 뭐그리 섧고 대단하다고.. 군대가서 8개월간 꼼짝않고 박혀있어 봤는데.. 너무하다.. 배도 고프다. 끝까지 기다리다간 굶어 죽겠다. 전화차례 기다리다 그녀가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나타난 날 보면 상당히 감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좋네... 만화방아가씨 : 아침에 까치가 만화방 창틀 위에서 울었다. 누구 반가운 이라도 올려나..? 그녀석 생각이 난다. 만화방 문이 열리면서 그가 나타날 것만 같다. 하지만 그가 올려면 아직 보름이상 남았다. 갑자기 만화방 문이 열렸다..괜히 그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본적이 있는 녀석이 이제는 저게 한때는 노란색이었다는 것만 짐작이 가는 잔뜩 때묻은 츄리닝녀석과 함께 딸딸이를 질질 끌며 들어왔다. 아까 그 까치 어딨어? 잡아 주길껴... 백수 : 아침에 잔뜩 긴장이 된 채 정식발령자 명단 붙은 거를 보았다. 잘못 보였다면 짤릴 수도 있다. 23번 배준용 안양**지사 관리부.. 야! 안짤렸다. 거기다 안양이면 집에서 통근도 된다. 아부지 어머니... 다시한번 죄송합니다. 또 지윤씨가 먼저 떠오릅니다. 지윤씨 이제 나 백수 아니야.. 흑흑.. 기숙사 방에서 짐을 꾸렸다. 짐이래야 세면도구하구 빨간 체육복 뿐이다. 모두들 즐거운 표정으로 짐을 싸구 있다. 하하 드디어 집에 간다. 간단한 조례를 했다. 우리 한번 열심히 일해서 어려운 이 시기를 잘 헤쳐나갑시다. 자꾸... 뭐라 그런다. 한마디로 앞으로 잘하라 그 소리 아닌감... 잘하께, 빨리 끝내라.. 집에갈 채비를 모두 마쳤다. 그때 지윤씨가 보내준 그 사진을 자꾸 꺼내어 보 았다. 삼개월 동안 뭐 변한게 있으련만.. 참 새롭게 보인다.. 드디어 서울가는 버스를 탔다. 설렌다. 밖의 전경들이 너무 애틋하게 지나간다. 오늘 그녀를 보면 말하리라. 그동안 사랑했었다고. 아니 사랑한다고..그리고. .. 하하... 과연 할 수 있을까... 날씨는 내 마음과는 다르게 잔뜩 흐려있다. 갑자기 소변이 마려 온다. 조금만 참자.. 조금 있으면 휴계소다. 만화방아가씨 : 어젯밤에 무엇인지 기억되진 않지만 그가 나타났다. 지금 아련한 그의 영상으로 난 가슴이 떨려온다. 아침에 그렇게 멍한 상태로 밥을 먹었다. 마음이 울적해온다. 오늘이 주말인데.. 그녀석이 없으니 너무 허전하다. 그가 주말 오후는 외출이 가능하다고 한 말이 기억났다. 아 그가 왜이리 보고 싶을까... 뱅크의 6집 엘범을 틀었다. .. 음악 때문이었을까.. 괜히 그가 더 그리워졌다. 에이 열쇠가 왜이리 안잠겨..만화방에 열쇠를 채우고 있는데.. 단골이 되어가는 츄리닝녀석이 "아줌마 오늘은 만화방 안하는 겁니까..?" "안해 쨔샤.." 뒤도 안돌아보고 택시를 잡아 탔다. 창원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애틋하게 지나가는 이젠 벌거숭이가 된 논바닥을 쳐다보고 있다. 그가 날보며 좋아하는 모습이 천진난만하게 그 위에 그려진다. 갑자기 찾아간 날보면 그가 왠지 사랑한다고 고백을 할 것 같다. 하늘은 왠지.. 첫눈이라도 나리게 할 것 같이 흐리다. 백수 : 이제 배까지 아파온다. 아저씨 빨리좀 가요. 금강휴게소가 저기 보이기 시작한다. 내리자 마자 화장실부터 찾았다. 아 시원하다. 화장실안에 스피커가 있나보다. 디게 시끄럽다. 서울발 창원행 12시 중앙우등고속 승객분은 탑승바랍니다. 진주발 수원행 11시20분 현철여객 승객분은 탑승바랍니다..... 졸라 시끄럽네...싸고 나오니 왠지 배가 고프다. 휴계실로 들어가 우동을 하나 사먹었다. 자판기에서 캔커피 하나 뽑아서 차에 탔다. 만화방아가씨: 이번 금강휴계소에서 잠시 정차한다고 운전기사가 방송으로 안내했다. 배가 조금 고프다. 휴게실에 가 우동이나 하나 먹어야 겠다. 휴게소 이름이 참 이쁘다. 우동을 먹고나서 자판기에서 커피를 하나 뽑았다. 근데 하필이면 자판기가 남자화장실 계단 옆에 설치되어 있냐.. 기분 나쁘다. 커피를 뽑아드는데 안내 방송에..서울발 창원행 12시 중앙우등고속 승객은 탑승하라는 말이 나왔다. 내가 타고온 버스다. 이젠 휴게소 들리지 말고 곧장 갔으면 좋겠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내려가는데 그를 볼수 있을까..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한다. 백수 : 이젠 곧장 서울로 간다. 자꾸 그녀 얼굴이 떠오른다. 진짜로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리라.. 이젠 백수가 아니기에.. 그녀가 뭐라 답해줄지 궁금하다. 연습이나 해볼까..? 지윤씨..! 저 더 이상 백수가 아녜요.. 에.. 당신이 아줌마가 아닌 걸 안 순간부터 쭉 사랑해 왔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지윤씨.. 넘 긴가..? 하하.. 창밖에는 이런 나에게 축복이라도 하듯이 첫눈이 나리고 있다. 만화방아가씨 : 그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자꾸 맘이 설레어진다. 그가 날보고 사랑한다고 고백을 할까..? 기대는 되지만, 후..분위기가 영 없는 놈이라... 그래도 이제는 백수 딱지도 뗐는데.. 그래 고백할 거 같다. 그러면 난 뭐라 그러지. 음 이게 좋겠다.. 연습이나 해볼까? 그래요. 저두 언제부턴가 준용씨를 사랑하게 됐었나봐요.. 넘 솔직한가.. 호호. 창밖에는 이젠 가슴저리는 가을은 끝났음을 알리는 겨울비가 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