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아가씨: 이남자 진짜 틱틱거리네. 넌 처음부터 잘했냐? "아가씨. 액셀레이터하고 브레이크밖에 없는데 그게 헷갈려요?" 그래 헷갈린다. "얘. 넌 자음이 앞에 붙었는지 중간에 붙었는지 그것도 구분못하니? 어떻게 두음법칙하고 자음동화가 헷갈리니?" 남자애는 잘아는데, 여자애는 좀 문제가 있다. 그래도 기가 죽어 있는건 남학생 녀석이니. 남자녀석이 이 여자애를 좋아하나? 서먹서먹하네. "니네들 만난것도 인연인데. 요번 주말에 영화나 보여줄까?" 여자애는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남자녀석은 또 반응이 시큰둥하다. 수줍어하는게 현재녀석 만화방에서 처음 볼때 모습하고 흡사하다. 여자애는 집에 대학생오빠들이 하숙을 해서 그런지 남자애한테 별로 신경을 안써는데, 남자애는 저애가 상당히 신경이 쓰이나보다. 그러고보니 이집이 현재가 하숙했었다는 그집이네. 녀석 어제 면접은 잘 보았을래나? 어제 전화도 못해주고 미안한데. 얘들과 함께 영화나 보여줘야지. 자취생: 내 자취방안이 깨끗하다. 책상위의 사진 때문에 방청소를 깨끗이 했다. 어 전화가 오네. "여보시오." "예 접니다. 혜지." "아 예. 안녕하세요." "어제 면접은 잘 보셨나요? " "그런데로." "어느 회산데요?" "그냥 대기업은 아니고 조금 큰 중소기업이에요." "잘되길 빌어드릴께." "과외는 시작했어요?" "그럼요. 붙인 다음날 바로 연락이 왔던걸요. 월. 수. 금. 저녁먹고나서 하지요." "잘됐네요." "참 이번 주말 시간 있으세요." "아. 예..." 집에 내려갈려고 했었는데... "그럼 영화보러가요." "예. 무슨영화 좋아하시는데요?" "근데 우리둘만은 아니에요. 같이 갈사람이 둘이 더 있어요." "아 그래요. 누구 혜지씨 친구분들?" "아니에요. 어쩌면 현재도 아는사람." "무슨영환데요. 제가 예약해놓을께요." "아니에요. 내가 예약해놓을께요. '아름다운 시절' 아직 못보셨죠?" "예." "그럼 예약하고 다시 연락드릴께요." "예." 누구하고 같이 간다는거야. 집에는 다음주 월요일이나 돼야 내려가야겠군. 혜지씨 주위에 내가 아는 사람이라곤 만화방아저씨뿐이었는데, 돌아왔나? 두명이라고 했으니 혹시 혜지씨 부모님은 아닐까? 혹시 날 부모님한테 소개시킬려고?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는데... 하하하. 백수아가씨: 오늘도 얘들을 열심히 가르친것 같다. 뿌듯하다. "니네들 내일 영화보러 갈 수 있지? 내가 표를 끊어 났거든." "그럼요. 선생님. " "너, 선생님이라 부르지 말고 그냥 언니라 그러라 했잖아. 내가 무슨 선생님이냐? 철민이 너도 누나라고 불러." "예." "내일 한시에 현주네 집앞에서 보자." "우리집 앞에서요? 그럴께요." 녀석이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네. 녀석은 내가 연락안하면 도통 연락을 할 줄 모르니... 내일 영화표 때문에 전화해봐야 겠다. 자취생: 내 책상은 수면제고 내 의자는 마법이 걸렸나봐. 앉기만 하면 30분을 못버티냐. 누워서 책봐도 한시간은 가는데... 이마가 아프다. 전화가 안왔더라면 또 새벽에 추워서 깼겠지. "여보시오." "접니다. 최." "에이. 영애누나 따라하지 마요." "그럼 저에요 혜지." "예. 과외 끝났나보네요." "예. 현재는 뭐하고 있었나요." "공부." 이정도 거짓말은 괜찮지 뭐. "정말? 내일 영화표 예매했거든요." "예." "내일 2시 40분 단*사에요. " "그럼 1시 반쯤에 만화방앞에서 보면 되겠다." "안돼요. 같이 갈 사람이 있어서." "그럼?" "현재씨는 제가 예매표를 줄테니까. 먼저가서 좌석표로 바꿔놔요." "그러죠 뭐." "여기 공중전화거든요. 지금 나오실래요. 만화방옆에 있는 수퍼 알죠?" "예." 다행히 누워자지 않아서 머리모양이 괜찮겠지? 백수아가씨: "아줌마. 따뜻한 캔커피 있죠. 두개만 주세요." 날씨가 참 춥다. 만화방은 여전히 불빛이 세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십일도 더 지났는데, 저기서 녀석이 목도리를 목에다 미이라처럼 감고 양말도 신지 않은 발을 까만구두에 의지한채 바람을 가르며 달려오고 있다. 숨가플텐데... "안녕하세요. 춥죠?" 그의 입에선 나보다 더 많고 짙은 입김이 연신 내뿜어지고 있다. "공부하긴 했나봐요?" "예?" "이마가 아직도 참 빨갛게 물들어 있네요." "하하. 표나요?" "예 나 엎드려 잤습니다.라고 크게 써놓았네요. 이거 드세요." "에... 앗 뜨거!" "조심하지..." "내일 누구하고 같이 가는데요. " "내일 보면 되잖아요. 여기 예매권." "예. 춥죠? 들어가세요." "예. 그럼 내일봐요." 자취생: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가문의 수치다. 방에 들어와 거울을 보니 이마 정중앙이 뭐에 맞은거처럼 벌겋다. 내가 엎드려 잔걸 눈치채다니 전에부터 느꼈지만 똑똑한 여자다. 백수아가씨: "안녕. 철민이 넌 별로 가고 싶지 않던 표정이더니, 쫙 빼입고 어머 무스까지 발랐구나?" 내 짐작이 맞는거 같다. 이녀석은 이집 딸에게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선생님 아니 언니 안녕?" 현주를 보더니 철민이 녀석이 상당히 머쩍한 표정이다. 자기한테는 인사안해주니까 말이다. 자취생: 어이 추워라. 예매권도 바꿔 놓았고, 언제쯤 그녀가 나타날까? 두시가 이제 막 지났다. "아저씨. 저 불좀 빌립시다." "아 예. 여기" 이녀석 재수없게 아저씨라네. 대가리 피도 안마른 녀석이 벌써부터 담배질이라니. 불꺼낸김에 나도 한대 펴야겠다. 뽀꼼뽀꼼.. 앗 혜지씨가 저기 온다. 근데 옆에 있는 두 꼬마들은 뭐야? 둘다 낯이 익다. "여깁니다. 혜지씨." "응. 안녕하세요. 춥죠?" "얘들은?" "아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야. 현주야. 나다. 철민이 녀석도 많이 컸구나. 형은 잘있냐?" "어머. 305호 아저씨네! 야 반갑다." "예. 형은 올해 대학들어갈거에요." "호호. 다 아는 사람들인가봐?" "그때 광고문 붙일때 제가 말했었잖아요." 그나저나 이놈들 제법 컸네. 잘봐더라. 니네 선생님이 내 히히 애인이다. "선생님 아니 언니 애인이 이 아저씨에요?" "응...? 응..." 그녀가 애인이냐는 질문에 부정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신난다. 그건 그렇고 혜지씨는 언닌데, 난 아저씨냐? "언니가 너무 아깝다." 이런! 내가 너한테 그렇게 잘해주었건만... 극장안으로 들어갔다. 좌석 위치를 확인했다. "이런 개같은 경우가!" 옆에서 사람들이 좀 쳐다봤다. 두자리씩 두자리씩 앞뒤로 대각선이다. 서로 눈치를 살폈다. 난 당연히 혜지씨하고 나란히 앉아서 보면 좋겠지만. 저 미성년자 남녀 둘이를 같이 앉혀 놓을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남자끼리 앉기도 싫었다. 최종 결론을 본게 나하고 이 현주라는 애하고 앞에서 보고, 혜지씨하고 철민이는 뒷좌석에서 보기로 했다. 상영관에 들어가기 앞서 철민이 녀석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좀 아프게... 배아프고 부러워서... '너 딴짓 하면 죽어!' 녀석도 못마땅한 눈치다. 쪼끄만한게 눈을 크게 떠고 나와 현주를 번갈아보며 혜지씨 손에 이끌려 갔다. 손좀 놓고 가지... 야. 팔장 빼. 하여튼 요즘 애들은 우리때와 다르단 말씀이야. 내가 니 애인이냐? 현주가 내 옆에서 참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듯 웃고 있었다.